◆ '쥴리' 사태 보도 이러고도 부끄럽지도 않나? <조합원 기고>
조합원기고
쥴리 사태를 보도하는 <KBS뉴스9>
선택적 감수성...스스로 부끄럽지도 않나?
바야흐로 대선의 장이 열렸다. 각 정파의 지지자들이 보이는 막가파식 준동 역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을 혐오하는 자가 서울 중심의 자신소유 건물에 윤석열 부인을 모욕하는 벽화를 그려놓고, 당당하게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고 나섰다. 윤석열 부인이 자기가 ‘쥴리’ 가 아니라고 말했으니 명예훼손이 아니라 하는 당당함은 그 자가 얼마나 권력의 뒷배를 믿고 있길래 저럴 수 있나 하는 의구심까지 안겨준다.
프로파간다를 통한 대중동원과 포퓰리즘에 의존해온 정파들은 이런 류의 정치 쓰레기들에게 어느 정도 의존해온 측면도 있으니 놀랍지는 않다.
다만 입만 열면 <인권>과 <성평등> <성인지 감수성> 등을 떠들던 자들이 이런 행위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를 보면 정작 윤석열 부인을 모욕한 자들보다 더 역겹고 타락한 자들은 따로 있음을 알게 된다. 바로 KBS가 그렇다.
사실상 모든 신문 방송이 ‘쥴리’ 벽화 소동을 보도하고, 특히 좌파 성향의 한겨레나 경향조차도 비판적인 견해들을 전할 정도로 ‘쥴리’ 벽화는 대한민국의 눈과 귀를 쏠리게 한 중요한 이슈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➀ 그런데 며칠 전 <KBS뉴스9>는 이 이슈를 철저하게 배제했다.
기껏 한다는 것이 정치권 소식을 전하면서 벽화를 철거해 달라고 요구한 윤석열 캠프의 입장을 전한 것 뿐이다. ‘쥴리’ 벽화가 민주당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것을 다루는 것이 그들이 부역하는 집권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➁ 단신기사나 디지털 기사를 보면 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다.
KBS에게 ‘쥴리’ 벽화는 그저 스쳐가는 가십에 불과하다.
"'쥴리 벽화'가 뭐길래?... 종로 골목으로 모여든 유튜버들"이라는 디지털 기사를 보자.
이 기사는 '줄리 벽화'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그에 따른 소란을 함께 보도하고 있는데, 이 벽화가 대변하는 인격말살이나, 심각한 정치병의 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히려 "영업에 지장이 크다"는 건물주가 소유한 서점 직원의 말을 인용하거나, "코로나19 여파로 장사가 되지 않아 주변 상가들이 전부 공실인데 이런 소란까지 벌어지니 속상하다"라는 인근 상점 관계자의 불만을 전하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 대형 이슈가 벌어졌을 때 "교통 통제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와 같은 상투적인 표현으로 집회의 본질을 흐리던 구악들의 행태와 어찌나 이리 닮아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➂ 일베 류와 같은 시각을 전한 기사도 있어서 더 큰 충격이다.
7월 29일 오후 7시 4분 최종 수정된 "최재형, '줄리벽화'에 "정치 폭력이자 인격 살인"" 이라는 기사를 보자.
이 기사는 쥴리 벽화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이라는 최재형의 주장을 전하는 듯 하더니 뜬금없이 민주당 의원 정청래의 입장을 전한다.
"본인의 규탄사가 언론에 또 회자되게 만들었으니 정작 윤석열은 최재형의 분노에 분노치 않을까?" "윤석열을 위하는 척하지만 본인의 언론플레이 속셈"
인권에 관한 심각한 질문을 던지는 이런 이슈마저도 모든 것을 정치적 유불리로 해석하는 정청래의 정신세계는 그야말로 이 자가 지금 당장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따로 있다. KBS가 정청래의 이 인간쓰레기만도 못한 평론을 전하면서 "비판했습니다" "지적했습니다"라는 술어를 썼다는 점이다.
기사 작성 과정에서 어떤 술어를 쓰느냐에 따라 그 언론사나 기자의 입장이 드러난다. 정청래의 발언을 전하면서 쓴 "비판했습니다" "지적했습니다" 와 같은 술어는 사실상 가장 강력한 수위로 발언자의 입장을 두둔하는 말이다.
이른바 딥페이크라는 기술로 여성 연예인들의 인격을 말살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다루면서 우리 사회는 그런 짓을 하는 자들을 ‘인간쓰레기’로 부르고, 좌파진영은 '일베'라고 부르기도 한다.
딥페이크로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는 디지털 성범죄와, ‘쥴리’ 벽화를 그려 한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는 아날로그 성범죄가 도대체 무엇이 다른가?
‘쥴리’ 벽화를 그린 자는 윤석열을 혐오하는 일베다. 그런 일베의 짐승같은 행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는데 바쁜 정청래가 정치권의 일베라고 한다면, 그 정치권의 일베가 내뱉은 악취나는 발언을 두둔한 KBS는 언론계의 일베가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겠는가?
KBS의 일베 같은 행태는 아무 이유 없이 나온 것은 아니다. 벽화로 한 여성을 희화화 하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한 사람의 인격을 무참히 말살 해왔던 모습, 어디서 많이 봤던 것 아닌가?
<2017년 KBS>를 소환해보자.
강규형과 고대영의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그리고, 그들이 마치 패륜적인 범죄라도 저지를 것처럼 이미지를 대량 제작해서 피켓으로, 포스터로, 디지털 이미지로 마구 확산했던 것이 누구일까?
'혐의없음'으로 결론 난 국정원 200만원 수령설을 사실로 몰아 "200만원에 보도를 팔았다"고 떠들던 자들이 누구던가?
모든 것을 오로지 정치적 이해관계로 해석하고, 정치적으로 유리하면 누군가의 인격을 살해하고 유린해도 아무런 거리낌을 느끼지 않던 자들이 누구인가? 지금 이 순간도 KBS 뉴스를 주물러대고 있는 양승동아리 아니던가?
‘쥴리’ 벽화를 다루는 KBS의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독한 '내로남불', '내편은 실수 상대편은 악의'의 프레임이 예외없이 적용된다.
조선일보가 지난 6월 <조국 부녀>의 삽화를 성매매 기사에 사용한 사건을 보자.
혹여 민주노총 KBS본부노조가 또 엉뚱한 트집을 잡을지 모르니 이것은 명확히 하고 가자. 우리는 조선일보의 행위를 두둔할 생각이 전혀 없다.
어쨌든 이 사건과 관련해 KBS는 약 20여건의 기사를 작성한다. 또한 타이틀마다 "인두겁을 쓰고 어찌 그런 일을" "인권 유린"이라는 표현을 다수 사용하면서 조선일보를 쓰레기 취급하고 있다.
KBS는 특히 <KBS뉴스9> 에서도 "조선일보에 비난 폭주"의 타이틀을 달면서 "언론의 책임과 윤리를 망각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고 매를 들었다.
반면 MBC 기자가 윤석열 부인 김건희의 박사논문 표절 논란을 취재하면서 벌인 경찰 사칭 행각에 대해 작성한 기사는 약 6건 정도에 불과하고, 그것도 윤석열 측의 고발이나 MBC의 사과 내용을 드라이하게 전할 뿐이다.
<KBS뉴스9>에서의 보도는 커녕 기사 몇 개 쓰지도 않은 와중에 '경찰 사칭'이 과거에 흔했다는 국회의원 김의겸의 놀라운 시각을 전하는 기사는 빼놓지 않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다른 국가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사실상 모독한 MBC의 올림픽 참사에 대해서도 기껏해야 4-5개의 기사를 썼고, 팩트만 드라이하게 전하거나 MBC의 입장을 전하는 내용이다.
조선일보의 잘못과 MBC의 잘못을 비교해보자.
조선일보의 잘못은 실수일 가능성이 크지만, MBC의 행위는 의도가 개입돼있고 실수가 아닌 그 집단의 본질을 드러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행위의 의도, 행위의 엄중함, 그 행위에 따른 손해(국제망신, 저널리즘 붕괴) 등 어느 관점에서 보더라도 MBC가 벌인 짓의 중대함은 조선일보가 벌인 짓의 중대함을 한참 초과한다.
그러나 KBS의 양승동아리에게 어쨌든 조선일보는 나쁜 놈이고, MBC의 실수는 그리 중요하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러면서 언론인이라는 타이틀 달고, 기자랍시고 어디 가서 자신을 소개할 때 창피하지 않나?
성인지감수성도, 인권감수성도 오직 정치적인 유불리만 따져 가동하는 것이 그대들이 그토록 바라왔던 정의로운 언론의 모습인가?
이러니 성평등센터가 허구한 날 코비스에 성인지감수성을 높이자면서 게시물을 올려봐야 직원들로부터 비웃음만 사는 것 아니겠는가?
재차 반복하지만, 우리는 일부 의심스러운 기자들을 제외하고 기사나 리포트를 작성한 취재기자를 비난할 생각이 없다.
정치부장 송현정, 사회부장 정수영, 보도국장 임장원, 보도본부장 김종명. 이런 보도행태를 놓고 그대들이 언론계 일베였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면 그 땐 뭐라고 항변할 것인가?
2021년 8월 2일
KBS노동조합은 더 많은 조합원 기고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