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지난노보

[KBS 노보특보 31호] 단식에 들어가며

KBS 노동조합 2011. 10. 24. 12:51


▣ 단식에 들어가며 [KBS노보 특보 31호]

 

조합원 동지 여러분!

벌써 여의도에 아름답게 단풍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엊그제 목포방송국에서 열린

KBS 이사회 간담회장 앞 항의시위를 다녀온 이후

가슴 속 착잡함은 지워지지 않아 단풍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다시금 단식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제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습니다.

     

저와 13대 노동조합 집행부는 금년 내내 KBS 정치독립을 위한 지배구조개선과

수신료 현실화, 근로조건개선을 위한 신입사원 조기 충원, 비정규직 동지
복직 등
당연히 해야 할 일들에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념해왔습니다.

그런데, 회사측과 어렵게 협상하여 합의를 이뤄낸 안건들을

이사회에서 막는 형국이 오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희망안식년제는 우리 조합원 뿐 만 아니라 KBS 모든 구성원들이 '희망'하는,

동료들에게 일할 의욕을 재충전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인사제도입니다.

반일 휴가도 마찬가지로 오히려 회사에서 반색해야 할 내용이며,

또 사내 약자인 소수 직종의 처우개선 역시 그 동안의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고

KBS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것들입니다.

이 모두는 '나 혼자 등 따뜻하고 배 부르자'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사회에서 노사합의사항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노사합의는 수많은 안건들을 조율하고 조정해서

그리고 또 다시 수많은 조건들을 바탕으로 사측과 협상을 거쳐

노사가 합의한 최종 결과물입니다.

그렇기에 노사합의 안건 하나하나에는 노사 간의 고민과

노동조합의 피땀이 녹아 있는 것입니다.

그런 합의를 이사회에서 처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노사관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KBS내 모든 구성원들의 조직 신뢰도도 땅에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KBS 이사회에 다시금 바랍니다.

이번 주에 열릴 정기이사회에서 노사합의 안건을 처리하여

KBS 조직에 활기를 주십시오.

그리고 정치적으로 독립된 사장 선임방식을 만들기 위한
지배구조개선 논의에
함께 동참해 주십시오.

대통령이 자기 맘에 맞는 이사와 사장을 임명하는 현재와 같은 지배구조에선

각종 정치적 사안마다 KBS가 갖는 입장은

공정성과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지배구조개선은 공영방송 KBS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매우 중대한 기제입니다.

수신료 논의가 진행되는 현 시점에 반드시 쟁취해야 할 역사적 과제입니다.

공영방송 KBS의 건강한 토대를 만들기 위한

이사님들의 결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2011. 10. 24.

KBS 노동조합 위원장 최재훈 드림

 

 

     

     

 

(오늘자 노보특보 1면기사)

KBS 이사회는 노사 합의사항 의결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

- 일부 이사, 노측 항의 시위에 “기분 나쁘다”며 간담회장 퇴장

     

지난 주 수요일부터 이틀 동안(10/19-20) KBS 이사들은 지역국 업무보고
등을 포함한 이사회 간담회를 가졌다. 노동조합에서는 목포방송국에서 열린
첫날 이사회 간담회에 앞서 집행부 피켓 시위를 가졌다. 지난 특보를 통해
밝힌 바와 같이 노동조합은 현재 노사합의안건 (희망안식년제, 반일휴가제 등)
의결이 이뤄지지 않는 사태에 대해 명백히 노사관계 파탄의 수순으로 보고 KBS
이사회를 성토한 바 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목포방송국으로 간 것이다.

     

(노동조합 집행부가 목포방송국 현관에서 피켓시위를 하는 동안 이사들이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사들은 미리 노동조합의 피켓 시위를 알고 있었는지 여유있는(?) 모습으로
피켓시위 현장을 지나쳐갔으나 속내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알고 보니,
모 이는 노동조합의 항의 시위에 기분이 상했는지(?) 아예 간담회장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다고 한다. 또, 일부 이사들은 식사 자리에서 서로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도 했다는 소문이 들려 노동조합이 진상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도대체, KBS 이사들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권익 신장을 위해 노사합의 안건 처리를 주장하는 것이야
노동조합으로서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일부 이사는 목포방송국에
도착해서 조합 집행부들이 구호를 외치는 것을 본 뒤 “기분 나쁘게 왜 저런
시위 하나 막지 못했느냐”라고 말하며 간담회장을 나갔다고 한다. 또 다른
이사는 사측이 노사합의사항 내용을 설명하려 하자 “그런 (노사합의내용)
보고는 못 받겠다”며 퇴장했다고도 한다. 노동조합은 KBS이사회의 일원으로서
기본적 책임의식마저 갖추지 못한 일부 이사들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경악을
넘어 감탄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애초 조합이 임시이사회나 정기이사회도 아닌 간담회 자리까지 가서 항의
시위를 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사회에서 합당한 이유 없이 노사 합의사항을
무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을 넘어 월권행위에 가깝기 때문이다. 노사
합의를 이사회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처리하지 않는다면 이는 이사회의 직무
유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조합이 KBS이사회에 대해 유감인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KBS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필수 조건 가운데 하나인 KBS사장선임구조 개선,
즉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가 국회, 학계, 시민사회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KBS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에서도 당연히 정치적으로 진일보한
제도인 KBS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지배구조개선은 이사회의 구성을 개혁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사회 스스로
자가진단과 함께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왜 개혁해야 하는가? 지금껏 각종 회의에서 이사들 스스로가 해 온 일들을
되돌아 본다면 잘 알 것이다.
과연 이사 본인들이 정치적, 당파적 욕심 없이
KBS의 미래를 위해 정치와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라. 지배구조개선의 정당성은 누구보다도 이사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KBS의 일부 이사가 개인의 정치적 영달을 위해 의도적으로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제발 KBS 이사답게 행동하라.

 

노동조합은 26일 이사회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만약 26일 이사회에서도
노사합의 안건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그 이후 일어날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이사회는 물론 노사합의에 대해 이사회를 설득할 의무를 사실상 노동조합에게
미뤄버린 김인규 사장과 경영진이 져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