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초유의 유족 항의 방문...사장이 책임져라
▣ [성명] 초유의 유족 항의 방문...사장이 책임져라
세월호 참사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이 KBS를 항의 방문해 농성을 벌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어젯밤 유가족 120여 명은 경기도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에서 버스를 타고 KBS 본관 앞에 도착해 문제 발언을 한 것으로 지목돼 구설수에 오른 김시곤 보도국장의 파면과 사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4시간 넘게 경찰과 대치했다. 유가족들은 야당의원들의 중재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선에서 농성을 마무리 짓고 눈물을 머금은 채 청와대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어제 오후부터 오늘 새벽까지 합동분향소와 KBS 앞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응하는 KBS간부들의 행태는 과연 이들이 공영방송 경영진으로서 최소한의 자질이 있는 지 의심이 들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쩌다 KBS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사장은 비겁했다...유족 마음 달랠 상황임에도 외면
이 상황에서 어느 누가 유족들의 행동이 과하다고 비판할 수 있단 말인가. 현장 취재에 나섰던 수많은 KBS 직원들이 수시로 유족들에게 봉변을 당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국가재난 사태가 났는데도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가 국민의 편이기는 커녕 정권의 편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수신료 거부 움직임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족들이 분노한 마음으로 또 한편으로는 KBS의 진심어린 대응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야밤에 KBS 앞마당까지 찾아왔다.
공영방송 사장이라면 당연히 이들을 진정성 있게 맞이하고 진솔하게 대화했어야 했다. ‘보도국장의 발언은 와전된 측면이 있지만 유족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는 점에서 진심으로 사과한다. 관련자들은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 그리고 앞으로는 유족들을 더욱 배려하고 보듬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어야 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유족들을 달래고 추락한 KBS 이미지를 바로 세우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대통령도 험한 꼴을 각오하고 유족들과 만나고 두 번 사과를 했다. 총리는 물세례를 받고 차 안에 감금까지 당했다. 그래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런데 KBS사장이 뭐 그리 대단한 자리이기에 앞마당까지 찾아온 유족들을 4시간 넘게 밖에다 세워놓고 매몰차게 돌려보낸단 말인가?
정신적 충격 입원?...꼭 유족들을 가해자로 만들어야 하는가?
어제 안산 분향소에서 이준안 취재주간과 정창훈 경인방송센터장 등이 유족들에게 봉변을 당했다고 한다.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고 신체적으로 상해를 입었을 수도 있다.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것까지는 좋다. 그걸 꼭 보도자료로 만들어서 언론에 뿌리고 아침 뉴스광장에 리포트까지 해야 했는가. 자식 잃은 유족들의 다소 감정적인 행태를 문제 삼아 그들을 꼭 폭행과 감금의 가해자로 몰고 가야 했는가. 참으로 치졸하고 졸렬하다. 참으로 부끄럽다.
보도본부장·보도국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말라
임창건 보도본부장은 유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도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일련의 사태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김시곤 보도국장 역시 본인의 발언이 와전되고 악의적으로 왜곡됐다고 주장할 지라도 본인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해 조직 전체가 흔들리고 KBS뉴스의 신뢰도가 급속도로 추락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면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당당하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런 와중에 김시곤 보도국장이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이게 보도국장 선에서 해결될 문제인가? 할 말이 있다면 사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
‘내부 자정없이 무조건 외부에 알리는 게 옳은가’도 고민해야
이번 사태는 김시곤 국장의 부적절한 발언이 외부 언론에 알려지면서 일파만파로 번져나간 측면이 크다. 누군가가 외부에 이를 제보했다는 얘기다. 그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이번 사태는 문제 간부들에게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KBS에 대한 국민적 신뢰 자체가 불신을 받는 엄청난 결과를 야기하는 쪽으로 확산되고 있다. 무조건 외부에 알리기 전에 좀 더 내부적으로 철저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자정 노력을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그래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문제이다. 지금은 추락한 KBS뉴스의 신뢰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빨리 회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 간부에게 철저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전사적으로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사측은 입만 열면 KBS가 위기임을 강조해왔다. 누가 과연 KBS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가. 누가 과연 KBS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이 모든 책임이 길환영 사장에게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KBS노동조합은 그 책임을 끝까지 묻고 KBS를 다시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한 총력 투쟁을 강고하게 전개해 나갈 것이다.
2014.5.9.
교섭대표노조
KBS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