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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결의문] 세월호1주기 추모식 및 KBS공영방송 촉구 결의문

세월호 1주기, 다시 공정방송을 다짐한다.

 

     

    어느덧 다시 4월이다. 꽃 피는 4월에 우리는 못다 핀 꽃들을 생각한다. 2014년 4월16일 오전 10시17분. “배가 기울고 있어. 엄마 아빠 보고 싶어”라는 한 단원고등학교 학생의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가 여객선 세월호에서 전송됐다. 세월호는 곧 뒤집혀 침몰했다. 진도 맹골수도 44미터 밑바닥까지 세월호가 서서히 가라앉은 그 여러 날 동안 단 한명도 구조되지 못했다. 단원고 학생 등 295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아직도 9명은 실종 상태다. 돌아오지 못한 9명을 위해 우리 KBS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오늘 노란 리본을 단다. 잔인한 4월이다.

     

    아직도 가장 슬퍼할 사람들은 숨진 아이들의 부모들이다.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그렇기에 한 명의 아이가 안타깝게 죽어도 뉴스다. 수백 명의 사연이 모인다면, 그 슬픔의 크기를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인류의 보편타당한 감정이다. 때문에 정치적 유 불리를 계산해 희생자 가족들의 슬픔을 재단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결단코 막아야 한다. 공영방송 KBS 언론인의 양심이 걸린 일이다.

   “가만히 있으라.” 1년 뒤에도 가슴이 아려오는 말이다. 아이들은 선내 안내방송에 충실히 따랐고, 해양경찰은 초기 전원 구조가 가능했던 골든타임 30여 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우리가 아는 세월호의 비극이다. 어이없이 진행된 비극을 TV로 지켜본 유족과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 모든 상황을 우리 KBS 인들은 가까이는 현장에서 멀게는 스튜디오에서 지켜봤다.

     

    그러나, 정작 KBS 보도는 혼란만 부추겼다. 섣부른 ‘전원 구조’ 오보에 ‘사상 최대 구조작전’이라는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보도를 쏟아냈다. 현장을 둘러본 희생자 가족들은 경악했고, 불신의 눈으로 KBS를 바라봤다. 재난 주관방송사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일이다.

    밤을 새고, 차디찬 바닷물에 들어가고, 10시간 넘게 배를 탔던 고생을 알아줬으면 했지만, 냉정한 현실이다. 사실의 정확한 전달이라는 공정방송의 기본을 결과물로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KBS가 오히려 국민의 분노만 부추기지 않았는지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할 일이다.

    왜 그랬을까? 보도 책임자들이 현장보다 정부 발표만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불편부당의 자세로 전하는 게 공정방송이다. 그 첫 걸음은 현장 존중에 있다. 예단하지 말자. 선입견을 가지지 말자.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책임자들이 생각하고 또 생각할 일이다.

     

    오늘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KBS 노동조합은 방송 최전선 현장에서 일하는 KBS 인들의 공정방송에 대한 열망을 책임자들에게 올곧게 전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을 엄숙히 다짐한다. 아울러 KBS의 공정방송을 훼손하려는 내외부의 압력엔 분연히 맞설 것이다. 또, 정치적 지형이나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공정방송의 잣대가 달라지지 않도록 KBS 보도의 중심을 잡을 것이다.

    영국의 BBC는 이런 불편부당한 자세와 객관적이고 차분한 보도로 국민의 신뢰를 받아왔다.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동지들이여! KBS 노동조합이 사내 노조들의 맏형으로써 대한민국 공영방송을 바로세우고, KBS가 국민에게 떳떳한 방송이 될 수 있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함께 다짐하고 노력하자.

 

 

2015.04.16.

교섭대표노조 KBS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