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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17대 성명서

◆ 아직도 협회를 동원한 인해전술 여론몰이? 새로운 시대에 맞게 좀 바꿔주세요

아직도 협회를 동원한 인해전술 여론몰이?
새로운 시대에 맞게 좀 바꿔주세요

 

정권의 주구 노릇을 마다하지 않는 양승동아리의 일탈을 KBS노동조합이 견제하려 하자 이를 많이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분들이 KBS노동조합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일부 특정협회까지 KBS노동조합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 분들이 갑자기 왜 이러실까?

우리는 노동조합이든 협회든 사내의 여러 이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경합하고 논쟁을 통해 우리의 삶의 터전인 KBS를 발전시키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논쟁은 상대방의 논지를 반박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는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가 양승동아리의 헛발질과 실책에 대해 지적을 할 때마다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노조와 일부 협회가 발끈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지만 그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논지에 대한 반박이 없이 밑도 끝도 없이 상대방을 비방하고 비난하는 모습을 KBS에서 봐야 하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다.

① 김 모 아나운서의 라디오뉴스 편파, 왜곡 방송사건과 관련한 특정협회의 주장을 보자.

특정협회는 우리가 공개한 해당 아나운서의 3개월간의 행각에 대한 조사 자료를 미리 보지 못한 듯하다. 그래서 일부 이해할 부분은 있다. 어쨌든 이 협회가 주장한 <코로나19 기사가 누락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행위였다>는 논지와 <뉴스시간 조절의 이유로 문장 일부를 생략했다>는 논지는 모두 전혀 이 사건의 변명이 되지 못함이 드러났다.

코로나19 관련 기사가 아예 삭제되는 일이 있었고, 뉴스시간 조절과 아무 상관없이 톱이나 톱 주변의 기사를 난도질하기도 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원래 원고에도 없는 내용을 멋대로 추가한 사례까지 나왔다. 이제 특정협회는 그 아나운서를 비호하기 위해 무슨 말씀을 또 할 수 있을까?

② <열린음악회>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헌정했다는 비난을 받은 사건에 대한 특정협회의 주장도 한 번 보자.

특정협회는 우리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같은 직원들을 폄훼하는 성명서”를 썼다고 분개한다. 도대체 우리의 성명을 읽고 하는 소리인가? 특정협회 협회장은 이른바 文派들이 대통령 문재인에게 바치는 노래로 유명한 노래를, 그것도 문재인의 생일에, 그것도 엔딩곡으로 방송한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가? 

게다가 야당 국회의원 박대출에게 제공된 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 <Song to the Moon>이 방송된 것이 딱 두 번인데 모두 <열린음악회>에서 2019년 1월 27일과 2021년 1월 24일 방송됐다.

2021년 1월 24일은 대통령 문재인의 생일이고, 2019년 1월 27일은 비록 생일 당일은 아니지만 <열린음악회>의 방송일자로 보자면 생일에 가장 가까운 날이다.

물론 우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확률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시각 역시 합리적이지 않을까?

이런 사건은 객관적으로 그 실체적인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우리는 설령 그것이 제작의도와 관계없는 결과라 할지라도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는 논지를 폈다.

<열린음악회 방송화면>

누군가에게 <대통령 헌정방송>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면 그럴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제작자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공영방송에서 이런 비판을 하는 것이 그렇게 불편한가?

특정협회는 또 우리의 성명이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 뿐 아니라, 심각한 해사행위”라고 주장한다.

프로그램의 정치적 여파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는 성명이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면, 특정협회는 모든 프로그램이 일체의 비평이나 비판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자율성에는 책임이 따른다”라는 흔해 빠진 경구를 들이대진 않더라도, 제작의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가? 文派에게 악용될 수 있는 선곡과 연출을 한 것이 해사행위인가?

아니면 그런 행위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 해사행위인가? 특정협회도 양승동아리의 <공감능력 제로> 증상을 따라할 것인가?

특정협회는 그러면서 우리가 같은 노동자로서 또 같은 직원으로서 선을 넘었다고 주장한다. 적어도 같은 회사의 노동조합이 직원을 고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우리도 이 지적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가슴이 아프다.

우리는 다만 우리의 존재 이유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 즉 공정성의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가 기준을 많이 높여야 한다고 본다.

이번 <김 아나운서의 라디오뉴스 편파, 왜곡 방송사건>은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온정주의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본다. 물론 KBS 양승동 집행부 지난 한 달 동안 적절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우리가 이렇게 행동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의 이런 입장은 그동안 특정협회들이 수없이 강조해왔던 가치와도 위배되지 않는다.

2018년 5월 25일 특정협회가 모두 동의한 [직능협회 공동성명]을 보자.

“부끄러웠던 과거를 밖으로 드러내고, 곪은 상처는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이제 와서 웬만한 비리는 서로 눈감고 봐주자고 하자는 것인가? 심지어 “과거사 청산작업을 이행하면서 부득이하게 생기는 여기저기의 상처로 인한 갈등과 혼돈을 모르는 바 아니고, 외면할 수도 없다”고 한 그대들 아니었나? 왜 이제 와서 이리 따뜻한 마음씨로 갈아타셨는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직능협회 공동성명 일부 2018년 5월25일>

얼마 전 중노위에서 사실상 무효 판정을 받은 진미위의 보복조치에 대한 2019년 5월 16일의 [직능협회 공동성명]도 눈여겨볼 만 하다. “反공영, 反언론자유에 앞장 선 이들에 대한 준엄한 조치는... 양승동 사장 체제의 너무도 당연한 과제”라고 선언하지 않았었나? 또한 “정권에 따라 부화뇌동하고, 상식과 정의의 눈을 외면해온 우리 내부의 변형 유전인자와 구습을 솎아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제대로 된 수술이 필수적이며, 수술이 성공해야만 비로써 공영방송의 위상과 힘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외치던 그대들 아닌가? “조직 안정과 화합, 미래를 향해 가자는 어설픈 이유와 핑계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끝나서는 결코 안 된다”고 분노하던 그대들이 아니던가?

<직능협회 공동성명 내용 일부 2019년 5월16일>

그토록 정의롭던 그대들이 이번 라디오뉴스 편파, 왜곡 방송이나 文派에게 이용당할 수 있는 방송 선곡, 또 유부남 파업전사가 언론계 지망생을 농락한 사건 등에 대해서는 그토록 관대한 것은 그대들의 정서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인가?

이렇게 묻는 우리도 허탈할 뿐이지만, 이들이 이렇게 뻔뻔하게 한 입으로 두 말하고 입을 싹 씻는 것은 사실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일부 특정협회가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 이후 정권과 정책협약을 맺은 세력과 손을 잡고 정권이 싫어하는 사장을 몰아내는데 선봉 역할을 했던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이른바 그 <협회>의 목소리라는 것이 진정으로 협회원 다수의 의지를 반영한 것인지, 혹은 정치세력과 줄을 댄 핵심 몇 몇에 의해 협회원들이 이용당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지만, 정권의 주구 노릇을 자임하는 자들은 여전히 그런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젠 앞으로“턱도 없는 일”이다. 이미 양승동아리의 밑바닥이 드러났고,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을 스스로 쓰레기통에 처넣으면서 KBS에 지상낙원을 약속했던 그들의 사기극이 만천하에 드러난 이상, 도대체 어떤 KBS의 직원들이 그런 뻔한 수에 넘어 가겠는가?

아직도 협회를 동원한 여론몰이로 경영진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공정방송을 위한 준엄한 목소리를 깔아뭉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누군가에 의해 장악돼 멋대로 이용당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른바 <일부 협회>의 목소리는 앞으로 영원히 그 울림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2021년 2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