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서울지하철 사고 키워서 보도하라" 윗선 개입 확인
“서울 지하철사고 키워서 보도하라”
- ‘윗선 개입 있었다’ 보도본부 관계자들 시인
- 당초 발제보다 훨씬 큰 비중으로 연일 톱뉴스
- 새누리당엔 호재...박원순 시장엔 악재
- 박원순 공식 사과는 기사 한줄 다루지 않아
- 특정 정당.후보 유리할 수 있는 사실상 선거 개입행위
- KBS뉴스, 여권 승리 위한 선거 홍보도구로 전락
길환영 사장의 ‘청와대 하수인. 보도개입 파문’ 등으로 KBS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가운데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를 어떤 비중과 어떤 시각으로 보도하느냐에 따라 매우 민감한 파장을 낳을 수 있는 서울 지하철 사고를 ‘키워서 보도하라’는 지시가 윗선에서 내려졌으며 실제로 관련 뉴스가 확대 재생산돼 연일 톱뉴스로 보도된 사실이 KBS노동조합 취재 결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지하철사고가 일어난 지난 2일 KBS 9시뉴스는 관련 리포트를 톱으로 연달아 7꼭지, 다음날인 3일 역시 톱으로 연달아 6꼭지를 보도했고 이로 인해 세월호 관련 보도는 9시 20분대로 밀려났다. 지하철사고 관련 보도는 그 이후에도 계속돼 4일 2꼭지, 5,6,8일 각각 1꼭지, 9일에는 다시 4꼭지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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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선 개입 있었다’ 보도본부 관계자들 시인
조합은 이런 지나친 과다 보도의 배경에 의혹을 품고 보도본부를 상대로 집중적인 취재를 벌인 결과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윗선이 사장이냐 청와대냐’는 질문에는 말을 흐렸다. 한 관계자는 ‘5월 들어 회사 고위층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았다. 외압이 강하게 들어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고 첫날부터 작은 사고는 아니지만 큰 부상자가 없는데 지나치게 키운다는 의견이 일선 취재부서 등에서 나왔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한 관계자는 특히 ‘사고 다음날인 3일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날이어서 당초 톱뉴스가 휴일스케치로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헬기가 못 뜬다는 등의 이유로 뉴스 편집이 새롭게 조정되더니 지하철사고 관련 보도가 톱으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취재부서에서도 당초에는 리포트 발제가 적었는데 나중에는 대폭 늘었다’고 밝혔다.
당초 발제보다 훨씬 큰 비중으로 연일 톱뉴스
조합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일선 취재부서들이 오전과 오후 편집회의에 제출하는 취재계획서 등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 3일 오전 편집회의 때까지만 해도 사건.사고를 담당하는 사회2부에서는 3꼭지를 발제했고 서울시를 담당하는 사회1부는 리포트 발제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후 편집회의를 거치면서 사회2부에는 2꼭지가 더해져 5꼭지, 사회1부에도 1꼭지가 새롭게 배당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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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엔 호재...박원순 시장엔 악재
박원순 공식 사과는 기사 한줄 다루지 않아
더구나 이렇게 6꼭지나 보도하면서도 정작 박원순 시장이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내용은 당시 9시뉴스에 단 한줄도 반영되지 않았다. 조합이 확인한 결과 담당부서인 사회1부에서는 오전 10시 40분쯤 관련기사를 단신으로 작성해 싸인을 내고 편집부서에 넘긴 것으로 돼 있다. 한 관계자는 당일 9시 뉴스 리포트를 제작하는 기자들에게도 시장의 공식 사과 내용을 반영하라는 지시가 내려오지 않아 다소 의아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서는 사측이 매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외부 모니터 보고서도 기사 누락 사실을 따끔하게 지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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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서울시장 선거 판세를 보자.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세월호 참사 이전만 해도 박빙이던 서울시장 선거판세는 5월 들어 박원순 시장이 다소 우세한 구도로 진행되면서 여권에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터진 서울 지하철사고는 새누리당에는 호재, 박원순 시장에게는 큰 악재가 됐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KBS뉴스가 보인 행태는 지하철사고 관련 보도를 어떻게든 여권에게 유리하도록 보도하려 한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특정 정당.후보 유리할 수 있는 사실상 선거 개입행위
더구나 이런 일련의 과정이 보도본부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결정 때문이 아니라 ‘윗선의 개입’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이상 특정 정당과 후보에 유리한 쪽으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실상의 선거 개입행위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방송법이 규정한 보도의 자율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심대하게 훼손한 작태이자 KBS뉴스를 사랑하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용서받지 못할 기망행위인 것이다.
KBS뉴스, 여권 승리 위한 선거 홍보도구로 전락
사장이 청와대의 하수인임을 자인하고 보도국장이 청와대 면접을 보고 온 순간 KBS는 청와대의 부속기관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이제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KBS뉴스마저 ‘윗선의 개입’에 의해 여권의 승리를 위한 선거홍보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교섭대표노조인 KBS노동조합은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비대위’를 꾸리고 사장 퇴진을 위한 총파업을 결의하였다. 회사와 KBS뉴스를 농락한 청와대 하수인 길환영이 쫓겨날 시간도 머지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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