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길환영, 노무현 정권때 ‘박근혜 토크쇼’ 불방 주도
- 2004년 외주제작사, KBS와 사전 협의 후 2TV ‘여유만만’ 프로그램 녹화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초청, 개인적 삶과 인간적인 면 부각 토쿄쇼 진행
- 녹화 2주후 방송 예정이었으나 석연찮은 이유로 불방 결정
- 길환영은 당시 외주제작 총괄하던 팀장 (현 국장급)
- 10개월 뒤 한나라당 문제 제기하자 ‘다른 당 대표 섭외가 안됐다’ 변명
- 누가 정권을 잡든 ‘살아있는 권력’에 충성하는 처세로 줄곧 승승장구
길환영 사장이 KBS 외주제작팀장(현 국장급)으로 외주 제작 프로그램을 총괄하던 지난 2004년 10월 25일, KBS 2TV ‘이홍렬 박주미의 여유만만’을 담당하던 한 외주제작사가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이하 박 대표)를 섭외해 사전 녹화를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주시청층이 주부인 아침 시간대 프로그램으로 시청률이 10%를 넘는 인기 방송이었다. 야당 대표의 삶을 다룬 토크쇼가 짧은 다큐멘터리와 함께 한 시간가량 방송될 계획이었다.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과 특별한 가족사를 지녔다는 점 등 주로 박 대표의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었다.
KBS 외주제작팀이 한나라당에 공식 출연을 요청했고, 박 대표는 전여옥 당시 대변인의 보고를 받고 고심 끝에 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주제작사는 소속 PD와 작가가 한나라당 천막당사를 지키던 때부터 박 대표를 취재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에 대한 녹화 방송은 서울 남산의 한 웨딩홀에서 5시간 동안 진행됐다. 가수 김흥국이 깜짝 게스트로 출연해 박 대표와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다. 전여옥 대변인은 “박근혜 대표의 끼를 발견했고, 개인기도 발군이라 놀랐다”고 녹화 분위기를 전했다. 박 대표는 어머니 육영수 여사와의 추억, 부모를 잃은 동생들에 대한 심정, 학창시절 생활 등을 MC들에게 털어놓았다. 박 대표가 서울 성심여고에 다니던 1960년대 후반, 청와대에서 버스를 타고 등교했다는 일화도 소개됐다.
녹화가 끝난 뒤 외주제작사는 한나라당 대변인실에 “2주 정도 후에 방송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외주제작사는 완성본 편집까지 마치고 KBS의 방송 일자 조정을 기다렸다. 그러나, 야당 대표의 이야기를 담은 이 녹화분은 끝내 방송되지 않았다.
다음해인 2005년 8월 녹화 10개월이 지나도록 야당 대표의 출연분이 전파를 타지 않게 되자 한나라당은 KBS가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맹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제1 야당 당수인 박 대표에게도 노무현 대통령처럼 국민에게 말할 수 있는 반론권을 달라”고 KBS에 공식 요청까지 했지만, 끝내 녹화 분은 묻혀버렸다. 마스터 테이프까지 완전 폐기 처분된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이 비난에 나서자, 외주제작 책임자였던 길환영 팀장은 "당시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4당대표 가족을 섭외해 방송하는 것이었는데 다른 당에서 섭외가 잘 되지 않아 방송시점을 놓쳐 벌어진 일이다. 지금이라도 기획의도에 맞게 섭외되면 박근혜 대표 녹화분을 내보낼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제작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4당 대표를 모두 초청하는 토크쇼로 기획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나중에는 박근혜 대표와 강금실 법무장관을 한데 묶어서 올해의 여성 등으로 기획 의도를 바꾸자고 하는 등 우왕좌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정당 관계자는 “당 대표를 포함해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방송 출연을 못해서 안달인데 다른 당 대표들의 섭외가 안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의 경우 통보가 오면 어느 의원실이든 로또 당첨처럼 생각해 100% 출연한다”고 말했다.
담당 외주제작사는 KBS노동조합과의 통화에서 “10년 전 일이지만 녹화, 편집까지 마치고 방송을 못한 경우는 이례적이라 기억하고 있다”며 “외주제작팀으로부터 불방 통보를 받았고, 방송이 돼야 제작비를 100% 받을 수 있다는 계약 때문에 제작비도 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외주제작사 PD는 한나라당에 “방송국에서 편성을 잡아주지 않아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길환영은 이후 노무현 정권 때 편성기획팀장, 대전총국장 등으로 승승장구했고 MB정권 때는 본부장, 부사장,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정권과 관계없이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누가 정권을 잡든 철저하게 ‘살아있는 권력’의 입맛에 맞도록 방송을 철저하게 자신의 출세 수단으로 활용한 셈이다.
조합은 지난 2004년 ‘박근혜 토크쇼’ 불방사태가 길환영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윗선의 개입 때문이었는지 등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관련 내용이 확인되면 이를 낱낱이 공개할 예정이다.
2014. 5. 25.
교섭대표노조 KBS노동조합
<첨부> 당시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이 당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전문
한나라당 동지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 역시 때로는 지치고 힘들어도 이 어려운 때 함께 해주시는 많은 당원동지여러분을 떠올리며 힘을 내곤 합니다. 오늘 아침 회의에서는 KBS''노무현대통령의 100분 토론''문제를 꺼내면서 제 1야당 대표에게도 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는 강재섭 원내 대표의 말이 있었습니다.
사실 어느 나라든 이런 공평하고 공정한 방송출연 기회가 공정하게 부여됩니다. 우리만 방송역시 ''독점''되있는 거지요. 노무현대통령은 ''보수언론'' 조기숙 홍보수석은 ''족벌언론''으로 ''낙인찍기''를 하면서 몇몇 신문을 비난합니다. 그러나 방송의 경우는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노무현대통령 편''입니다. 탄핵 때 기억이 선명합니다. 회의내용을 적으면서 속으로 참 씁쓸했습니다. 왜냐면 작년 10월 25일 일이 떠오라서요. 그날 박근혜대표는 ''이홍렬, 박주미의 여유만만''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반나절을 할애해서 녹화를 했습니다. 담당피디와 작가가 오랫동안 그러니까 천막당사때부터 공을 들여 ''박근혜대표의 출연''을 부탁했습니다. 방송출신인 저는 참으로 방송을 사랑합니다. TV가 지닌 가능성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이죠. 그래서 TV를 폄하하면 좀 그래요. 또 목에 깊스를 한 딱딱한 시사프로그램도 좋지만 이홍렬 박주미씨가 출연하는 부드러운 이야기쇼에서 시청자들과 맨얼굴로 스스럼없이 박근혜대표가 만나는 것도 참 좋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대표님께 ''출연하셔서 소탈한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시라''고 했습니다. 박대표도 며칠 생각하시더니 쾌히 응하셨습니다.
그래서 남산께 있는 웨딩홀에서 녹화를 했습니다. 저는 그날 놀랐습니다. 아니 까무라칠 뻔 했습니다. 우리의 박근혜대표-정말 ''끼''가 있더군요. 게다가 요즘 흔히 말하는 ''개인기''라는 것도 발군이었습니다. 김흥국씨가 깜짝 출연을 해 했는데 평소 박대표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는 순서가 있었답니다. 김흥국씨가 중간에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으며 ''대표님-함께 부우르시죠오-''하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일어나지 뭡니까? 그래서 두분이 신나게 듀엣을 했습니다. 그날 프로그램은 참 재밌었습니다. 청와대에서 학교까지 버스타고 다닌 이야기- 박대표를 알아볼리 없는 버스 안내양언니가 어느날 이렇게 묻더래요. ''너의 학교 대통령 딸이 다닌다며?'' ''네''(매우 다소곳하게 대답했을 듯하죠) ''근데 그냥 버스 타고 다닌다더라. 걔 공부는 잘 하니?'' ''네-좀 하나봐요''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박대표는 ''오랫만에 아주 즐겁고 편안한 모습이었습니다. 어머님과 애틋한 추억, 부모를 잃은 동생들에 대한 절절한 심정-- 모든 스탭들이 다 좋아했습니다. 외주제작사 PD도 참 흡족해 했답니다.
방송은 대충 2주일쯤 나간다고 했습니다. 편집도 다 끝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영 그뒤 소식이 없더라구요. 그러더니 제게 메일이 왔습니다. ''방송국에서 편성을 잡아주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그 이유도 참 여러가지였습니다. ''박대표만 나올 수 없다.'' ''강금실장관을 섭외해서 올해의 여성''으로 함께 묶자고 하더라'' 처음과는 영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저로서는 참 난감했습니다. 박대표께 나가시라고 설득한 사람이 저였으니 말입니다. 그 PD가 하도 미안해 하니 뭐라 할수도 없었습니다. 저는 방송사에서 있었고 외주제작사도 운영해 본적이 있어서 그 시스템을 누구보다도 잘 알거든요. 그리고 박대표께서도 일절 말씀이 없었습니다. 어쩜 이런 젊잖음이 박대표 스타일이겠지요--그래서 그냥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불방''인 상태로 그 프로그램은 창고에서 일년가까이 잠자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에야 kbs관계자라는 분이 ''외주제작사에 섭외가 되면 일단 녹화를 하고 본다''고 했습니다. 그건 말이 안되는 일이지요. 열악한 환경의 대부분의 외주제작사는 녹화뜨기전에 반드시 방송사와 이야기를 거칩니다. 선투자 후지불인데 어느 외주제작사가 방송사와 사전이야기도 없이 녹화를 뜨겠습니까? 그리고 당시 제가 확인을 했던 상황이구요. 어쨋든 우리 방송이 ''모든 국민의 방송''이 되었으면 합니다. 수신료내는 모든 국민의 방송 말입니다. 말 그대로 ''공영방송''으로 말입니다.
2005년 8월 25일 전여옥 올림 (끝)
'활동보고 > 이전 활동보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자회견]유람선 관광 같았던 길환영의 사고현장 방문 (0) | 2014.06.13 |
---|---|
▣[기자회견]검찰, 길환영-CNK 연루 의혹 전면 재수사해야 (0) | 2014.05.28 |
▣[총파업 찬반투표 2일차] 퇴근길 투표 잊지 마세요 (0) | 2014.05.28 |
▣[사장출근저지] (0) | 2014.05.28 |
▣[청와대 1인시위] (0) | 2014.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