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쇼 진상만상?
어제 방송사 초유의 사태가 있었다. 한 녹화장에 두 명의 MC가 스탠바이하면서 녹화가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실로 진품명품다운 사태였는지, 각종 포탈 검색순위 상위에 오르며 아침 출근길 직장인들의 뉴스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국민의 방송이 한순간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되었지만, 참으로 안타깝고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회사의 중요 결정 시스템에 존재해왔던 큰 부실점이 비로소 터져버린 이 시점에 우리는 먼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부실점에 대한 진단을 해봐야 할 것이다.
MC조정회의는 무엇인가?
김인규사장 때 시행된 MC선정위원회의 후신일 것이다. 개편에 즈음해 프로그램 관련 실무 국장과 본부장 등이 모여 적재적소에 MC자원을 배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겠지만, 개편때마다 개운치 않은 뒷말이 많이 남는 걸 보면 그 회의체의 구성이나 운영에 큰 문제가 있다고 여겨진다.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누가 봐도 투명하고 합리적인 인선이 아니라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인선의 명분용으로 활용되는 게 아닌지 의심할 대목이 종종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일선 PD들과 팀장 등의 의견을 수렴해 타 직종,부서의 국장들과 조율하며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다고 하지만, 이번 사태 뿐 아니라 과거의 사례들을 볼 때 그 ‘회의체’의 존재이유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프로그램 MC나 뉴스앵커의 선정은 몇몇 사람이 모여서 결정할 ‘그들’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KBS의 얼굴과 목소리를 선정해 내세우는 작업이기에 다수의 KBS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답안이 나와야 한다. 그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기에, 각종 루머가 떠돌고 불신이 커지는 현상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KBS노동조합은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공정한 MC선정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사측에 줄기차게 요구해 왔으나, 무책임하고 회피적인 태도만 목격했을 뿐 명쾌한 답변을 들어본 적이 없다. 몇 년 전 합의한 앵커오디션 제도 역시 유명무실하기는 마찬가지여서 길환영 사장 출범이후 과연 실질적인 오디션이 있기나 했던가. KBS노동조합은 지난 봄개편때 자행된 터무니없는 외부 정치편향 MC 선정을 강력 비판하고 투쟁을 통해 막아냈으며 부실한 앵커오디션 문제를 강력 비판한 바 있다(3월27일자 특보 및 4월3일자 성명서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마다 불거지는 MC선정 문제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
길사장은 베트남에서 무얼 하는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는 동안, 의사결정의 최고책임자인 길사장은 베트남에서 축배를 들었을 것이다. 그가 갈망하던 ABU 회장에 만장일치로 당선되면서 기쁨이 최고조에 달했을 것이다. 집안꼴은 개판인데, 밖에서는 온갖 ‘장’자리를 꿰차며 가정을 등한시했던 못난 아버지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회사의 명운이 걸린 8VSB, 700MHZ 주파수 할당문제는 노동조합과 협회들이 나서서 투쟁하고 있고, 수신료문제를 푸는 첫단추인 이사회의 심의가 지지부진함에도 못난 아비는 밖에서 따낸 ‘회장’감투에 희색이 가득할까. 이번 MC문제로 회사가 우스개거리로 전락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책임 떠넘기며 뒤로 빠져 나몰라라 할 것인가. 회장 감투를 쓰고 오늘 오후에 입국하는 길사장에게 고언한다. 감투놀이 때려치우고 제발 성실하고 책임있는 가장이 되라. 이 모든 문제의 근원에 당신이 자리하고 있음을 대부분의 KBS인들은 알고 있다.
징계는 신속하게, 개선은 신중하게?
회사의 근원적인 문제로 빚어진 이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프로그램 담당PD가 징계를 받았다. 급작스런 무관부서 발령이니 엄밀히 말해 징계이다. 사측은 MC조정회의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이나 개선의 자세는 전혀 보이지 않은 채, 사태가 불거진 책임을 현장 PD에게 덮어 씌웠고 더 나아가 관련자 추가 징계를 검토한다는 후문이 들린다. 사장이 그러하니 간부들도 그러한 것인가. 사장의 주특기인 ‘책임 떠넘기기’ 수법이 이제 간부들의 필수학습과제로 전파된 듯하다. 길사장 이하 모든 경영진에게 경고한다. 징계는 신중하게, 개선은 신속하게 하라. 이번 사태가 빚어진 근본 원인인 MC조정회의의 구조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모든 KBS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개선책을 내세우지 않는다면 징계의 칼날이 그대들을 상하게 할 수 있음을 명심하라.
교섭대표노조 KBS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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