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서신]
함께 미래로 나아갑시다!
안녕하십니까? 정상문 KBS노동조합 위원장입니다.
노조사무실로 자리 옮긴지 한 달이 다 되어갑니다.
설을 앞둔 KBS의 겨울은 유난히도 춥게 느껴집니다.
최근 본부노조와 사측의 협상 결과를 알고 계실 것입니다.
2018년 임금은 동결되었고, 19년 임금 역시 실질적인 삭감에
합의하였습니다. 이미 노사 동체를 알린 사측과 다수노조는
KBS 전체 근로자들에게 수백만원 삭감의 효과를 가져올
연차 촉진 제도 실시도 예고하고 있습니다.
사측과 본부노조가 얼마나 오만하고 KBS직원들을 무시했으면,
임금과 퇴직금에 수백만원의 피해를 주는 이런 협상을
대놓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만나는 조합원들마다 어떻게
이런 협상을 할 수 있냐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전하고 계십니다.
양사장 취임 후 그를 따르던 일부 핵심세력들에게는
실로 따뜻한 봄이 왔습니다.
하지만 KBS의 경영상황과 시청률은 날로 악화일로에 있습니다.
2018년만도 400억 대의 엄청난 적자가 났고, 지금 양사장과 측근들의 무능한 경영능력으로는 19년 역시 더 큰 적자가 날 것이 뻔합니다.
그들에게는 꽃피는 봄날이겠지만, KBS 전체 근로자들의
호주머니는 날로 가벼워지고 몸과 마음은 더 추워지고 있습니다.
답답하고 절망스런 현실!
그래도 저는 아직 희망을 봅니다.
한 분, 한 분의 조합원들이
우리 노조를 다시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대론 KBS가 안되겠다며,
이대론 진짜 KBS가 망하겠다며
우리 노조를 다시 찾아주시는 손길과
핸드폰을 통해 격려를 보내주시는 말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제가 KBS에서 직장생활을 20년 넘게 하면서 느꼈던 점과
최근에 더욱 느끼게 된 사실은
우편향도 문제지만, 좌편향도 심각한 문제라는 점입니다.
공영방송이 어느 한쪽으로 편중될 경우 자신의 존재의미를
잃게 됩니다. 양쪽의 비난 속에 우왕좌왕하다가 침몰하게 됩니다. 그동안 정치세력을 등에 업고 KBS를 장악한다는 것을 늘 비판하더니
자신들도 정치세력을 업고 들어와 점령군처럼 군림하고
보직을 조합에 기여한 공으로 나누어 가지는 것도 심히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모두 KBS를 망가뜨리는 것이고 말로만 시청자를 위하는 양두구육(羊頭狗肉)같은 일입니다.
KBS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실 것입니다.
KBS노동조합 역시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부끄럽고 실망스러운 과거가 있었기에 많은 동지들이 떠나셨습니다.
하지만 지금 어떤 정치세력에도 편향되지 않고,
사측에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집단은
KBS노동조합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끄럽지만 정치적 계산과 술수를 잘 알지 못합니다. 약속드릴 것은 늘 처음처럼 조합원이 답답해하고 내고자 하는 목소리가 있다면 대변하고, 사측과 본부노조가 전횡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견제하는데 힘쓰겠습니다. 2년의 임기 동안 절대 불의와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얼마 전 입사한 신입사원들에게 조합 설명회를 다녀왔습니다.
젊고 패기에 넘치는 신입사원들을 보면서 KBS의 미래가 밝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상황에 비춰보면 이들이 정년까지 과연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늘 시민을 위한다면서 실제 행동은 반대로 하는 무능경영진 때문에
회사는 급속도로 망가져가고 시청자들의 신뢰와 사랑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KBS노동조합 동지 여러분! 그리고 KBS 가족 여러분!
KBS가 무엇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KBS가 좌우 어느 쪽으로도 편향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하신다면,
부디 우리 조합을 믿고 힘을 모아주십시오.
여러분의 힘이 필요할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말인데, 지금같은 엄혹한 시기엔
반드시 “멀리 가기 위해 함께 가야만 합니다.”
저도 미력한 힘이지만 흔들리지 않고
조합원들이 바라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고, 현실을 비판하고 다듬어가며
함께 미래로 나아갑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내 두로 평안하시며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기해년 설을 앞두고
정상문 KBS노동조합 위원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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