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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방송 정책대안마련을 위한 토론회 보고[노동조합활동보고 #56]


KBS노동조합은 11일 오후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KBS지역방송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국제회의실 자리를 거의 다 채울 정도로 많은 관심속에 진행된 본 토론회에서는 KBS노동조합 정부위원장을 포함한 집행부, 중앙위원, 시도지부장들 이외에 전국언론노조KBS본부 엄경철위원장과 최선욱사무처장, 각 협회 협회장, 그리고 사측에서는 김인규 사장이 참석했습니다. 약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열띤 토론의 요약본을 우선 적습니다. 곧 발행될 정기노보에서 보다 자세한 토론회 내용과 지역과 관련된 설문조사, 기타 분석기사를 다룰 예정입니다. 지역 조합원과 직원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 :

네트워크 거버넌스부터 새롭게 구축해야
현재 KBS의 네트워크 기능은 본사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가동되고 있다. 전형적인 중앙집권적 시스템이자 그러한 의식의 발로다. 이로 인해 직할국 체제를 통해 거둘 수 있는 장점은 살리지 못한 채 단점이 구조화된 상황에 처해 있다. 중앙집권적 시스템과 조직문화 속에서는 지역방송국의 역량이 발휘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역방송국들 간의 관계도 폐쇄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거버넌스부터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KBS가 운영하고 있는 두 채널을 특성화해 하나는 전국적 단위에서 사회통합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고, 다른 하나는 권역별로 광역화해 지역성 구현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이는 곧 KBS 본사를 지역방송국 연합체의 조정기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 경우, 본사는 지역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상호협력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기본으로 하면서 수도권에서의 지역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기능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인사와 재정의 자율성 확대해야
지역성 구현의 실질적 주체인 지역방송국이 주어진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영역과 범위에서 분권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방송국의 독립적인 인사권 행사와 자율적인 재정 운용은 KBS가 새로운 네트워크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인사의 독립성을 위해서는 지역방송국의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총국장이 본사에서 낙하산식으로 임명되는 관행부터 바꾸어야 한다. 지역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결여된 인사가 지역방송국의 최고 책임자를 맡게 되면 지역성에 대한 고민이나 책임경영이 이루어질 수 없다. 원칙적으로 지역방송국 종사자가 총국장을 맡는 게 옳지만 외부개방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공모를 거치거나 지역사회에서 적임자를 발굴해 지역방송국 책임자를 추천·선임하는 방식이다. 인력도 지역방송국에서 자체적으로 선발하는 게 순리에 맞다. 현행 전국권 선발을 유지하더라도 지역방송국에서 자체적으로 인력을 보강할 여지만큼은 남겨두어야 한다. 예컨대, 지역대학 등과 연계한 인턴사원 채용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재정의 자립과 예산 집행의 자율권은 분권형 네트워크의 실질적 구축을 위한 고리 구실을 한다. 제작 시스템을 강화해 양질의 프로그램을 생산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인력, 제작비, 시설·장비 등의 확충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권역별로 수신료를 징수하거나 수신료 예산을 지역방송국별로 분배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제작시스템 강화하고 제작기지 이전해야
전국적으로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제작주체가 예외 없이 본사에 집중되어 있는 현행 구조를 각 지역으로 분산하는 방향으로 제작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즉 현재 본사가 보유한 제작 기능 중 일부 또는 특정 분야를 지역에 이관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작기지 이전은 지역의 제작 의욕을 고취하고 지역 시청자의 자긍심을 고양하는 것은 물론 지역 간 교류 활성화, 본사와 지역방송국 간 역할 조정 및 분담, 나아가 실질적인 분권을 실현 가능케 할 것이다. 한때 KBS는, 지역을 특화된 전문 프로그램의 제작기지로 조성하려 시도했다. 2006년에 대전총국의 과학 프로젝트팀 운영을 통해 지역방송국의 제작기지화를 탐색한 것이다. 과학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는 대전 지역의 특성을 살려 지역방송국 단위에서 제작역량을 특화하기 위한 모색이었다. 비록 일회적 실험에 그쳤으나 인력, 재원, 장비 등이 완결적으로 지원된다면 본사에 집중된 제작 인프라가 지역으로 분산되어 지역방송국의 제작 시스템이 강화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지역방송국 종사자들도 제작기지 이전에 긍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라디오 매체에 대한 적극적 대응 전략 수립해야
KBS는 TV와 함께 라디오 매체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라디오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세밀한 로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매체적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KBS는 라디오라고 해서 이에 특별한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 KBS와 대조적으로 영국의 BBC는 민족권역을 포함한 46개 지역방송이 심야시간대를 제외한 약 20시간 동안 FM, AM, DAB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로컬 라디오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할 때 KBS는 라디오가 보유한 지역서비스 기능의 가치를 간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큰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만큼 KBS는 라디오를 통한 지역 서비스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출퇴근시간대의 뉴스정보 전달 기능을 높여 KBS 라디오가 지역민의 생활리듬과 밀착하게 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강명현 한림대 교수 :
그동안 KBS에 지역은 있었는가? 방송의 공적 서비스를 실현해야 하는 국가 기간방송으로서 KBS는 그동안 사회적 가치를 부여받고 있는 “지역성”과 “지역방송”에 대한 사회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노력과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아예 방송법 KBS장에 ‘지역성’을 명시해 이를 강제해야 한다.
동시에 인적 차원의 지역성 보장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KBS는 직할국 체제로 경영과 인사가 독립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고 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순환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운용과정에서 지역적인 배려가 여타 지역방송에 비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바로 해당 지역출신에 대한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성의 하위차원으로 볼 수 있는 “지리적 지역성 (geographic location)”에서 주요 구성원들이 해당 권역 출신인가, 즉 고용에 대한 “내용”이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고 있음을 고려해 볼 때, 지역 할당제 채용제도와 같은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질적인 중앙 집중적인 정치와 경제구조, 효율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사조 등으로 한국에서의 지역과 지역방송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방송의 문제를 재조명한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번 토론회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정상윤 경남대 교수 :
‘KBS에 지역국(지역방송) 정책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을까? KBS가 지역방송에 대한 미래 비전을 겸손하게 시청자들에게 브리핑한 적이 있는가? 지역국의 자율적 결정 권한이 없는 상태여서 공영방송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상당히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지역주민을 위한 차별적인 서비스도 찾아보기 힘들다.
KBS는 지역사회 환경의 감시자, 갈등과 이해관계의 조정, 지역문화의 육성 및 발굴을 통해 지역사회 중심적인 커뮤니케이션 기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KBS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KBS가 어떠한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분권과 지방자치가 올바르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S는 수도권 지역의 방송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이다. 따라서 KBS의 중요한 사항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이사회에 지역의 몫이 당연히 과반수 이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KBS 지역국의 공영방송 기능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가 KBS 정책의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지역사회와 KBS 지역국을 수도권의 종속적인 부분으로 인식하고, 주민들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없다면 K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앞으로는 지역주민 스스로가 KBS를 외면하게 되는 결과를 맞게 될 지도 모른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 :
지역방송 활성화를 위해 KBS 수신료의 일정비율 이상을 지역국에 할당하여 지역국의 프로그램 제작 및 보도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추구해야 한다. 특히 KBS의 수신료를 인상할 경우 인상분의 일정비율을 지역국을 위해 활용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인사정책에 있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KBS 직원들은 지역국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지 않다. 지역국이 지역에서 수행하고 있는 역할과 기능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해 지역국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지역국의 기능과 비중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KBS의 직원들이 간부가 되기 전(차장급으로 진급하기 전)에 일정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지역국에서 근무하도록 하여 지역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하는 제도마련이 필요하다. 지역총국의 총국장도 중앙에서 임명하는 방식과 함께 지역국 내부의 승진, 또는 지역에서 지역국을 잘 운영할 수 있는 인사를 개방형으로 공모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KBS의 지역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KBS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 구성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인사를 참여하도록 하는 근본적인 제도변화도 병행해야 한다. KBS가 중앙 집중적인 방송이 아닌 지역을 배려하는 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공영방송의 모델로 제시되고 있는 영국의 BBC와 일본의 NHK처럼 이사회에 지역대표를 참여시켜 지역의 입장이 KBS 운영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한진만 강원대 교수 :
지역밀착형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 거창한 내용보다는 세세한(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내용을 제작 편성하여 지역민으로부터 대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의 현안 문제를 발굴하고 공론화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역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
지역국은 좌천의 대상 지역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징벌적 차원에서 지역국으로 발령을 내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귀양적 성격에서 지역국으로 발령을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KBS는 지역방송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 지역방송의 발전을 위한 대외적인 활동에 매우 소극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역방송발전위원회에 한 번도 참석하거나 의견을 내지 않는다. 방송학회의 지역방송특위에도 무관심하다. KBS는 지역방송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여야 한다. 경영진부터 지역국 왜 운영하는지에 대한 철학부터 명확하게 해야 한다.
지역방송 종사자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직할국이라 아쉬움이 없는 것 같다. KBS지역종사자의 경우 인력 결코 적은 편 아니다. 지역방송 종사자들조차 지역방송의 존립에 대한 절박성이 떨어진다.


김인규 사장 :
지역방송 활성화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방안이 예산이 수반되는 문제이다 보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신료가 인상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가시화될 것이다.
본사-지역 간 인력순환 활성화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NHK의 경우 입사해서 4번 정도 순환근무를 하고 있다. 이전에 차장제도가 있을 때 인력교류를 했다. 인센티브 방안까지를 포함해 인력교류 활성화 방안을 인적자원실에서 만들고 있다.
거버넌스의 변화 즉, 지역대표성을 가진 이사가 이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동의한다. 이와 관련해 방송협회와 방송학회가 좀 더 진전된 논의를 하자는 의견에 대해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