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KBS노동조합 창립31주년에 즈음하여)
수신료 거부운동이 KBS노조 창립 촉발
1980년대 KBS는 정부의 언론 통제로 땡전뉴스와 편파보도를 일삼고, 난시청을 방치했으며 외화와 수입 만화영화로 콘텐츠를 채웠다.
당시 수신료 2500원은 꽤 높은 금액이었다. 자장면 한 그룻에 500원, 소주 한 병에 200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업광고 비율도 높아 시청자들의 불만은 계속 높아져갔다.
결국 우려하던 상황이 터졌다. 1982년 전라남도 농촌지역에서부터 수신료 납부거부운동이 시작됐으며 약 4년 뒤 종교단체 주관하에 수신료 거부 국민운동본부가 발족되기에 이른다. 당시 1야당이던 신한민주당도 동참해 KBS 뉴스 안보기 운동을 전개했다.
최악의 상황은 1988년에 일어났다. 당시 KBS 수신료 징수액이 790억원으로 당시 최고점을 기록했던 1984년의 1255억원보다 465억원이나 줄어들고 징수율도 44.3%에 그친 것이다.
회사에 큰 타격을 줬던 수신료 거부운동은 KBS 노동자의 자성을 불러일으켰고 1988년 4월 28일 사내 9개 사원협회 회장단은 KBS 노조 설립에 뜻을 같이했다.
그리고 5월 20일 오전 9시 본관 휴게실에서 각 사원협회별 10명씩 총 90명이 발기인대회를 거쳐 KBS 노동조합의 탄생을 확정했다.
<KBS 노동조합 창립선언문, 1988년 5월 20일, 일부 발췌>
『공영매체로서의 KBS가 과연 그 이름에 합당하게 국민에 대한 봉사를 하여 왔으며 나아가 한 언론매체로서 정당한 길을 걸어 왔느냐에 대한 외부의 질책과 내부로부터의 자책에 기인한다. 취재원에게 취재를 거부당한 적도 있었고, KBS는 출입을 삼가라는 수모를 겪어왔으며 급기야는 시청료 거부운동과 KBS TV안보기 운동까지 열병처럼 번진 적도 있었다..(중략)..시대는 더 이상 KBS가 한낱 정부의 방송 이기를 거부하고 진정한 국민의 방송, 민족의 방송이기를 엄숙히 요청하고 있다』
당시 고희일 초대 KBS노동조합 위원장도 노보 창간호를 내면서 시청료 거부운동으로 확인된 KBS 오욕의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 조합이 일어섰다고 강조했다.
<KBS노보 1호 발간사, 1988년 7월 31일, 일부 발췌>
『KBS는 특정 정치권력의 대변인으로서 여론조작의 하수인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편파, 왜곡보도에 대한 국민들의 지탄이 시청료 거부운동에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KBS는 이러한 오욕의 역사를 청산하고 찬란한 영광의 역사를 첫 장부터 다시 써야합니다..(중략)..첫째, 공정방송의 실현입니다.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고 국민 공익을 위해 엄정대도를 가는 KBS를 만들어야합니다. 둘째, 사내 민주화를 통해 조합원 누구나가 공정한 인사, 공정한 임금, 공정한 대우를 받아야합니다. 셋째. 이상을 바탕으로 전직원이 신뢰와 화합으로 뭉쳐 더욱 훌륭한 방송을 만들어 국민에게 보답해야합니다.』
초대 KBS노동조합은 해직자와 특채자 문제를 정치권력이 KBS 내부에 입한 두가지 치명적인 상처라고 보고 투쟁의 깃발을 올렸다. 노조는 당시 억울하게 해고된 노동자가 135명, 부당한 경로로 들어온 특채자가 341명으로 집계했다.
오는 20일 KBS노동조합은 31주년을 맞게 된다. 수신료 거부운동 조짐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31년 전의 상황도 닮은꼴이라 세월을 무색하게 한다.
하지만 오욕의 역사는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 창립 때나 지금이나 흑역사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것은 KBS 노동자의 의지와 단합이다.
KBS노동조합은 새롭게 다시 태어나기 위해 숙고와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31년 전 KBS노동자의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 국민과 호흡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갈 것이다.
2019. 5. 16.
새로운 노조! 쟁취하는 노조! 든든한 노조!
KBS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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