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활동보고/이전 활동보고

▣ 최문순 강원도지사 인터뷰 - '분권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노동조합 활동보고 # 93]

▣ 최문순 강원도지사 인터뷰 - '분권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

     

언론인 출신으로 가장 주목받는 스타(?) 가운데 한 명인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지난 주(13) 춘천에서 만났다. 최 지사는 인터뷰 내내 거침이 없었다. 먼저,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관련 사업얘기부터 꺼냈다. 일명 프레스펀드, 지역 언론의 활성화를 위해 강원도가 조성하게 될 기금이다.

지역 언론 발전을 위해 도 차원에서 펀드를 조성하고 여기에서 언론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심층성 있는 기사와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행사 위주의 후원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것이다. 물론, 강원도에서 돈은 내지만 제작과 관련한 독립성과 자율성은 제 3의 심사기구를 통하는 방식으로 철저하게 보장할 것이다.”

     

이야기는 곧바로 한국사회 내 지역 문제에 대한 얘기로 이어졌다. 최 지사는 MBC 사장을 지내면서도 지역은 항상 고민거리였다고 했다.

지역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지역 언론뿐만 아니라 지역 정치와 경제에 대한 대안도 만들어야 한다. 지역 은행도 살리려고 한다. 물론 쉽지 않다. 그래도 해 나갈 것이다. 모범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에 대한 자신의 철학의 일단도 내비쳤다.

“MBC 있을 때부터 지방이란 말 안 썼다. 중앙의 상대 개념으로 열등감을 갖게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분권 대신 주권이란 말을 썼다. 그래서 지방분권이 아니라 지역주권이다. 중앙집권주의는 독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히틀러도 뮌헨을 중심으로 집권한 뒤 파시즘체제를 수립했다. 분권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의 문제이다. 노무현 정부 때 보다 정교하게 하고 각 지역에서 스스로 지역 경제와 정치, 금융, 언론을 살려갈 수 있도록 했어야 했는데 부동산 정책 비슷하게 하면서 착근이 안 되고 말았다. 아쉬운 대목이다.”

     

지역 KBS의 역할 부족에 대해서는 같은 업을 해서인지 빠삭했다.

현재 지역 KBS의 제작비 수준은 말이 안 된다. 춘천에서 거둔 수신료도 지역에서 못 쓴다. 의사결정구조를 독자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때 추진했던 특화된 제작기지화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지역 프로그램과 콘텐츠 전국화 절실하다. 보편적 가치에 호소하지 못한 채 지금처럼 자기 지역의 정서에만 호소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내부 반발 때문에 노조가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 개선할 대안으로 제시된 지역 대표성을 가진 이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KBS춘천 정도라면 자체 채널과 전국 채널 따로 있어야 한다. 지역 언론도 자기 목소리 낼 수 있어야 한다. KBS 자체 제작비율이 언론사 가운데 가장 낮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역 대표 이사 들어가면 이 문제가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히 해결된다고 본다. 뚝심 가지려면 정치적으로 독립된 최고의결기구 돼야 하며, 구성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하겠다. 당에도 건의하겠다. 제도개선이 문화를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굴곡진 지역 언론과 언론 전반에 대한 진단도 빼놓지 않았다.

현재의 지역 언론은 감시는 못하고 지역 토호들의 하수인이 돼 있다. 현재 언론체제 군사 정권시절에 만들어졌는데 지역을 너무 망가뜨려 놨다. MBC 사장할 때 지역 언론 잘 하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지역은 종편 출범 이후 더욱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언론사간 자리이동이 너무 심해졌다. 자고 일어나면 기자들 소속사가 바뀌어 있더라. 언론계 전반이 정치적으로 무너지는 건 회복이 가능하지만 경제적으로 무너지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지사가 된 뒤에도 언론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 최 지사의 말은 이어졌다.

군사정권 이후 여러 개 채널 보지 못하도록 뉴스시간대를 통일하고 120초란 리포트 형식 만들어 심층리포트 하지 못하게 됐다. 복원해야 한다.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자연스럽게 시작될 것이다. 기자들은 그런 욕구 있다. MB정권 들어서면서 달라진 것은 밖에서 엄호가 없는데도 일어나는 자율적이고 내생적인 움직임이다. MB가 역설적이게도 동인(動因)을 준 것이다. 외부에서 제도개선으로 호응한다면 아귀가 제대로 맞아 들어가는 것이다. 다만, 트위터 등 SNS가 민주주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중간지대(노조, 시민단체, 정당)의 역할까지 하면서 이들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는 것은 우려스런 대목이다.”

     

여기서 다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한 마디 덧붙였다.

현 구조에선 인사를 통한 통제가 불가피하다. 총선 이후 임시국회에서 하면 최선이지만 안 되더라도 대선 전에라도 KBS 지배구조 개선 반드시 해야 한다. 정치권과 정권은 자기 사람 사장으로 앉히는 게 결과적으론 득이 안 된다는 점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언론노조 위원장 때부터 나에게 비판적인 기자가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 경계했고 그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금은 오히려 감사한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자멸하게 돼 있다.”

     

언론노조와 관계 정립에 대해 마지막으로 한 마디,

자꾸 만나서 부딪쳐야 한다. 술도 자주 마셔야 한다. 안 그러면 심리적 회피가 심화될 것이다. 모두 다 담는 게 큰 그릇이다. 제일 반대하는 세력을 포용해야 한다. 나도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서 있는 새누리당 도의원 만나 설득한다. 강제로 하면 빨리 가는 것 같지만 되돌아가고 만다. 한 번에 못하더라도 조금씩 가는 게 한꺼번에 가는 것 보다 빠르다. 사람들은 그걸 다 안다. 자꾸 만나야 한다. 먼저 양보하고 하자고 하는 사람이 큰 사람이다. 분명 쉽지 않다. 진보진영 왜 제 자리냐? 그걸 못하기 때문이다.

     

뚜벅뚜벅 가라최 지사의 마지막 말이었다.